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여자' 에서 '엄마'가 되는 것

엄마가 되기 전의 <나>

나는 철부지에, 이타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개인주의자였다. 

나는 삼남매 중 첫째였으며, 여타 첫째들과 달리 동생들보다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 

누구보다 내가 먼저 였으며, 우선순위에서 내가 두 번째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게 많고, 시도하는 것도 많았으며, 그 덕에 다양한 경험들이 넘쳐났다. 

나는 나 자신이 자랑이고, 자산이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잘 살아갈 자신이 있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었다.

주변엔 사람이 많았고, 매일 한 두 가지는 웃을 일이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그때의 나는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았다. 

내 속도에 맞춰, 오롯이 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마다 리즈시절이 있다고 했다.

아마 그 때가 나의 리즈 시절이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는 지금 생각해도 빛나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된 <나> 그리고, 알게 된 것

미혼일 적 자신감밖에 없던 나는 분명 완벽한 엄마(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알았다.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이었다. 

아이 하나를 24시간 365일 케어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완벽하게는커녕,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빠르게 배우고 익히던 나는, 엄마로서 점수도 매기기가 어려웠다. 

내가 알고 있다는 그 정보들은 수박 겉 핥기에 불가할 정도로 나는 육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고,

가득 차다 못해 넘친다는 정보의 바다에서 진짜를 거르는 능력조차 떨어졌다. 

허둥지둥 정신없는 날들이 쌓이다 보니 어는 시점부터 나는 자신감을 잃었다.

자존감도 같이 떨어지고, 매일 저녁 아이에 대한 자책감이 잠도 쉬이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건지, 내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어느 순간부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와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일련의 사건으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완벽이라는 강박속에 빠져들수록, 내 주변 사람들이 특히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다.

망치로 머리를 제대로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매일 밤 하는 자책이 아닌 반성을 하고 변화하려 노력했다. 

아이 중심 육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들을 캐치하려 노력했다. 

아이와 감성적 교류를 하는것이 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육아더라. 

그렇게 내가 변화하니, 아이도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육아는 분명 힘든 것이지만,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는 거구나, 너무 늦지 않게 알게 돼서 다행이다.'

 

결혼 전에는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나는 나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했던 나는 내가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케어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육아는 전쟁이다' 라는 말은 그저 순화된 말이었다. 

보호자로서 어엿한 사람 하나를 케어한다는 것은, 내 시간만을 쏟아붓는 것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내와 참을 인(忍) 수백 수천개를 마음속으로 새겨도, 내 바람과 같이 성장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아홉 번의 노력에도, 아주 사소한 한 번의 엇갈림 만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이 육아였다. 

엄마가 되니, 혼자였던 지난날의 힘듦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땐 내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고, 결과 또한 예측할 수 있었는데

엄마가 된 지 3년이 되는 지금도 육아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매일이 자존감이 깎이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부족함을 느낌에도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그럼에도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새로운 행복을 알려줬으며, 몰랐던 감정들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엄마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나 같은 사람이 멋진 엄마가 되고 싶게 만드는 알 수 없는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육아는 정말 힘들지만, 아이의 작은 손짓 발짓 한 번에 그 모든 게 보상받는 것 같다. 

이건 그야말로 정말 평범하지만 소소하고, 아이가 없었다면 몰랐던 소중한 경험이라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자부심으로 결국에는 해내고야 말겠다! 하는 다짐을 매일한다.